원문 출처: dongascience.donga.com/news/view/36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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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과학기술유공자 제공

이달 7일은 한국의 광학과 레이저 연구의 개척자인 신명(新溟) 이상수 KAIST 명예교수의 10주기가 되는 날이다. 고인과 마지막으로 점심식사를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란 시간이 지났다니 새삼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그는 1960~2000년대 걸쳐 한국의 광학 및 레이저 연구를 대표하는 학자였다. 학문적 명성이나 업적은 지금까지도 누구도 쉽게 범접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과학을 통틀어서도 대표적인 석학이자 우뚝 선 사표(師表)이다. 40년 가까이 그의 지도와 사랑을 받고 지낸 제자로서 해마다 5월이 되면 더 큰 존경심과 추모의 정을 갖게 된다. 

 

40여 년간 교수로 봉직하고 한국과학원(현 KAIST) 초대 원장과 KAIST 6대 원장(현재는 총장)을 수행하면서 심혈을 기울인 KAIST는 재학생 수만 만 명이 넘고 6만 5000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했다. 내년에는 개교 5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고인의 주도로 1989년 창립한 한국광학회도 지난해 10월 창립 30주년을 맞이하여 KAIST 홍릉캠퍼스에서 기념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원로들은 지난날을 회상하며 고인을 그리워했다. 1973년 봄 한국과학원(현 KAIST) 학생으로 입학한 필자도 기숙사인 소정사(당시 사무실로 사용)를 둘러보고 고인과 저녁 늦게 퇴근하면서 담소를 나눴던 길을 걸어 내려오면서 남다른 감회를 느꼈다. 

 

1973년 9월 문을 연 과학원은 처음엔 실험장비가 도입되지 않은 상태였다. 토요일마다 공릉동에 있던 한국원자력연구소(현 한국원자력연구원)에 가서 실험장비를 빌려 실험을 해야 했다. 밤늦게까지 실험을 하다가 통행금지 시간이 가까워져서야 급하게 실험실을 정리하고 나와야 했다. 연구소 부근 서울공대 앞에서 버스가 없어서 택시 합승을 하고 회기동까지 와서 자정을 넘겨서야 고인은 관사로,  필자는 기숙사로 돌아갔다.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길러낸 제자만 석사 107명, 박사 48명에 이른다. 이들 후학들은 저마다 대학이나 연구소, 기업체에서 스승의 뜻을 받들어 국가 광산업 발전을 위하여 헌신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이미 현장을 떠나 정년퇴직을 하는 제자들도 있다. 고인이 생전에 노심초사하던 한국의 광산업도 발전을 거듭하며 이제는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이제는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인의 두 아들이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한국광학회를 통해 미국광학회에 전달한 기금으로 '이상수 어워드'가 제정됐다. 이 상은 세계적인 저명한 과학자 가운데 자국의 광학과 광산업에 공헌한 사람을 선발해 한국광학회와 미국광학회가 공동으로 격년으로 주고 있다. 올해는 네 번째 수상자로 인도공대(IIT)의 아조이 가탁 교수가 선정돼 인도의 광섬유 광학 분야를 개척하고 교육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는다. 

 

고인은 사회적 약자에게는 다정했다. 하지만 법과 원칙에 엄격했다. 전후 불모지였던 과학기술 분야를 키우려는 신념과 열정을 지금도 많은 제자들이 따르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얼마나 힘든 여정이었는지 지금에서야 깨닫고 있다.  항상 가르침을 주던 고인의 빈자리가 요즘 들어 너무 크게 느껴진다.

 

"그립습니다. 교수님 사모님과 함께 생전에 못다하신 정담 나누시길 바라며 두손모아 영원한 안식과 명복을 빕니다. 과학기술유공자로 헌정되셔서 기쁘기도 하면서 애통하기 그지 없습니다."

 

※고 이상수 한국과학원(현 KAIST) 전 원장 등 12인은 지난해 12월 정부가 선정하는 2019년 ‘과학기술유공자’로 선정됐습니다.  고인의 10주기를 맞아 제자인 이민희 인하대 물리학과 명예교수가 이 명예교수의 연구자로서 업적과 교육자로서 삶을 다시 한번 후세에 알리기 위해 기고문을 보내셨습니다. 

이민희 인하대학교 물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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